‘정신장애인 없는’ 정신장애인 복지,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페이지 정보

본문
‘정신장애인 없는’ 정신장애인 복지,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등록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배제와 주도권 상실, 장애인정책국의 책임 있는 재편을 촉구한다.
2021년,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며 정신장애계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신장애인을 복지 서비스에서 조직적으로 배제하던 법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비로소 보편적 장애인으로서의 권리가 법에 의해 명문화된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 후 수년이 흐른 지금, 등록 정신장애인들이 마주한 현실은 참담하다. 법적 차별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정책과 실천의 현장에서 ‘등록 정신장애인’들은 여전히 유령 취급을 받으며 정책적 소외를 넘어 ‘주도권의 찬탈’이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1. ‘법적 근거’는 명확하나 ‘정책 설계’는 전무한 기만적 상황
정신장애인은 이미 정신건강복지법상 명확하게 정의된 대상이며,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라 그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 존재다. 특히 장애인 등록을 마친 정신장애인들은 중증 정신질환을 실제로 경험하며 일상의 제약을 극복해 나가는 당사자들이다. 법적으로 이들은 장애인정책당국이 설계하는 모든 장애인 복지 정책의 정당한 수혜자이자 주체여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구조는 명백한 기만이다. 장애인정책국은 등록 장애인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컨트롤타워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을 위한 독자적인 복지 인프라 구축에는 손을 놓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이라는 보건의료적 틀이 존재한다는 핑계로, 장애인으로서의 보편적 복지 권리를 정신건강 정책의 부속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2. ‘표방’하는 이들에게 탈취당한 당사자의 주도권
현재 정신장애인 복지 현장을 들여다보면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정신장애인 권익 옹호와 복지 서비스를 표방하는 수많은 단체와 센터가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체는 정작 등록 정신장애인이 아니다.
조직의 핵심 보직과 정책적 책임을 지는 자리는 대부분 비당사자나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등록 정신장애인은 고작 단기 파트타임 노동자나 서비스의 ‘수혜 대상자’로 머물러 있다. ‘당사자 중심주의’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넘쳐나지만, 실상은 비당사자들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 속에서 당사자들이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격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정체성이 모호한 집단들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독점하며 정책 예산을 확보하는 동안, 정작 법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등록 정신장애인’들은 정책의 중심에서 더욱 멀어지는 ‘주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작 진짜 당사자의 외침은 그 소음에 묻혀버리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야 할 당사자들의 외침은 ‘정신장애인을 위한다’는 이들의 거대한 소음에 묻혀 전달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3. 대안: 장애인 정책의 틀 안에서 권리를 재건하라
이제는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신장애인을 보건의료적 관리 체계에 종속시키고 방치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한, 등록 정신장애인의 권리는 계속해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첫째, 장애인정책국은 등록 정신장애인을 위한 독자적 인프라를 직접 설계해야 한다. 정신건강정책의 하위 사업이 아니라, 장애인 복지의 틀 안에서 주거, 고용, 자립을 보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정책의 주체와 객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법적 등록 장애인만이 정책의 주인임을 명시하고, 당사자가 직접 운영하고 결정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법제화하여 비당사자 중심의 기형적 운영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셋째,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라.정신장애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장애인정책국은 더 이상 정신건강 부서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등록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마침표를 찍으며
정신장애인의 인프라를 정신건강 정책에 종속된 구조에서 벗어나 장애인정책국의 책임 아래로 재편하는 것, 이것이 현장이 외치는 유일한 해법이다. 등록 정신장애인이 정책의 중심으로 설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배제된 유령이기를 거부하며,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장애인 정책의 본령에서 당당히 요구한다.
작성:파도손 대표 이정하
- 이전글탁상 행정가들 26.03.25
- 다음글심리사회적 장애인과 보호자 26.03.1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